한 해 열두 달 중 가장 짧은 2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일이라 봐야 나와 관련이 있는, 내가 겪은 일들보단 나를 제외한 온 세상이 한창 떠들썩했지만, 내 세상도 마냥 평범하거나 혹은 평범함을 넘어 지루한 하루하루를 겪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숨어 마주친 바람과 안부 인사를 주고받자마자 나는 짠 것처럼 내 다이어리를 펴지 않...
(브금이 백삼십-빠센트 살리는 글) "야, 기므냥. 나 아이슈쿠림 머구 시퍼."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해." 은향은 오늘도 어김없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며 세경의 뒷바라지 중이다. 세경에게 구슬아이스크림을 건네 주며 은향은 늘 그랬듯 잔소리 폭격에 스타트를 끊었다. "넌 지금 나이가 몇 갠데 사랑니를 뽑고 와서 날 귀찮게 해." "내가 뽀꼬...
처음부터 너에게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어. 그날 나는 그저 나의 무료함을 풀어 줄 사람이 필요했고, 어처구니없는 내 말에 발목 잡힌 사람이 바로 너였어. 그뿐이야. 그렇게 하루 이틀 함께 지내다 보면 너와 있는 시간들이 지루해질 줄 알았어, 그 여느때처럼. 그리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다시 속 없는 일상으로 돌아갔겠지. 생각보다 우리는 꽤 말이 잘 ...
둘째 삼촌이 중국에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첫째 삼촌과 둘째 삼촌은 형제가 없는 나에게 티격태격할 수 있는 형제가 되어 주곤 했다. 장가를 가지 않은 삼촌들이 놀아 줄 유일한 꼬맹이는 나였고, 나는 삼촌들에게 유일한 조카였다. 어렸을 때도 워낙 붙임성 없고 무뚝뚝한 나였지만, 조카로서 삼촌들과 깨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평소 컴퓨터와 밀접한 사이를 자랑...
첫만남은 아주 기괴했다. 우리는 부딪혔고,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 온 힘을 종아리 근육에 끌어모았으나 나의 운명을 거르스진 못 했다. 평소 운명은 없다고 호언장담하며 살아왔던 내가 처음으로 나의 운명, 그녀 앞에서 미끄러져 넘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넘어진 내 모습을 모른 척해 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그녀답게 그 누구보다 날 걱정하였다. 그리고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기어코 한 다리 위에서 만나 버렸다. 이곳은 분명 무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이 나 미쳐 버린 도깨비의 관할 구역이 아니라는 것을 사자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신론자인 도깨비는 개의치 않고 또 사자의 눈앞에 나타났다. 사자는 한숨을 쉬며 도깨비를 노려보았고, 도깨비는 그런 사자 앞에 서 턱을 하늘 높게 들고 눈썹과 어...
"야." "야?" "넌 나 보면 무슨 색이 떠올라?" 또 멍청한 질문을 한다. 아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소릴 내 앞에서 하루에 세 번씩은 지껄이던 놈이 적군은커녕 왜 자기 분수도 제대로 모르냐고. "…." 멍청한 질문에 비해 표정은 꽤 진지해 보였다. 뭐 언제는 진지한 적이 없었냐만은, 눈꺼풀에 잠겨 활기를 잃은 눈이 평소와는 다르게 새로 산 거울처럼...
그때그때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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